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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청년들을 위한 은행_청년연대은행 토닥
남혜성
2015-07-22
본문
“오늘도 수고했어”라고 말해줄 것 같은 청년들을 위한 은행
청년연대은행 '토닥'
학자금 갚느라 늘 통장은 마이너스에 수렴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학원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매일 아르바이트만 하고 있나요? 최근 청년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연애, 결혼, 출산 포기라는 '3포'에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해야 해서 '오포 세대'라 불리는데요, 이런 청년들을 위해 돈과 인간 관계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청년들 간의 본격 '계모임'인 '청년연대은행 토닥' 있다고 해서 저희가 얼마 전 다녀온 대방동의 무중력지대 2층에 있는 사무실에서 '청년연대은행 토닥(이하 토닥)'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청년연대은행 토닥_김진회이장(이사장)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전 ‘청년연대은행 토닥’의 제2대 이사장을 맡게 된 김진회입니다. 토닥 안에서는 이장이라고 불립니다.(웃음) 처음엔 저도 우연히 토닥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조합원으로 가입했었어요. 그러다 이번에 조합원 투표로 이장으로 뽑히게 되었습니다. 저는 대외업무, 카페 운영, 조합원 관리 등의 실무를 맡고 있고, 그 외에 대출관련 업무, 운영비 회계 업무를 사무국장님이 맡고 있습니다.
이사장이 아닌 이장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나요?(웃음)
토닥의 처음 이름은 ‘토닥토닥 협동조합’였어요. 우리들끼리 토토협을 '토토리(토닥토닥 마을)'로 부르다가, 마을이니까 이장이라고 부르자고 했던 것 같아요. 이사장이라는 딱딱한 단어보단 이장이 청년 감성에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웃음)
‘청년연대은행 토닥’을 소개해주세요!
저는 창립멤버는 아니지만 '조금득(토닥의 제1대 이사장)'이장님께 전해 들은 말에 의하면, 청년들이 서로가 서로의 안전망이 되어 ‘토닥토닥’ 격려하자는 의미에서 ‘청년연대은행 토닥’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해요. 조합원이 갑자기 이사를 가야하거나, 병원을 갈 때처럼 갑자기 소액이 필요할 때 부담 없이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이에요.
토닥에서는 인연을 단순한 돈거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의 채무 악순환을 막을 수 있도록 돕고, 조합원들 간의 관계 맺기와 연대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어요. ‘얼굴이 있는 관계’가 더 긴밀하고 다양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 사업의 기본적 틀이에요. 처음 1천만 원이라는 출자금으로 어렵게 시작했지만 현재 조합원은 420명 정도가 됐어요.
청년연대은행을 만들게 된 계기는?
최근 있었던 고(故) 최고은작가의 사건을 보며 청년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했어요. 청년들이 돈 때문에 꿈과 재능을 펼칠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죠. 대부분의 청년들이 계약직으로 시작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일자리를 잃거나 하면 너무 막막하잖아요. 저희도 같은 청년으로서 너무나 체감적으로 느끼던 문제였기 때문에 청년들을 위해 청년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청년유니온 페이스북 회원그룹에 한 친구가 집에 쌀이 떨어졌다는 내용의 글을 남긴걸 보게 됐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며 고민하고 있는데, 그 밑에 같은 처지에 있는 청년들이 십시일반 다 같이 쌀을 모으거나 라면을 주자는 댓글을 단 거에요. 그런데 더 감동적인 것은 그 댓글에 '그런데 우리는 이 친구가 우리의 도움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 자칫하면 이 친구의 자존심을 해칠 수 있다.'라는 댓글이 달린거죠. 그 때 ‘아!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이기에 서로의 자존심까지 고민하고 배려할 수 있는 공감능력이 있는거구나. 서로의 마음을 모을 수 있는 이런 공감이라면 청년들도 충분히 협동이 가능하겠구나!’라고 생각을 하게 된거죠.
그리고 또 한가지, 서울역 바로 뒤편에 동자동 쪽방촌에 ‘동자동 사랑방’이라는 곳이 있어요. 거기서 만들어진 ‘동자동 사랑방마을공제협동조합’을 보고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었어요. 동자동 주민 대부분이 노인분들이고 기초생활 수급자이신데, 1인당 50만 원의 기초수급에서 매달 5천 원을 내시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도 한 달에 커피 한두 잔 안 마시면 가능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래서 청년연대은행 추진위원회를 만들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힘들었던 점이 있나요?
처음 시작할 때 조합원과 출자금 모으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고 해요. 그래서 강좌를 열고 그 곳에 찾아온 청년들을 설득해서 추진위원회를 꾸리게 되었어요. 조금득 1대 이장이 추진위원회의 장, 추장이 돼서 ‘D-100일 쇼케이스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추진위원들은 출자금 모으는 데 다양한 공약을 내걸었다고 해요. 누구는 담배 필 때마다 돈내기로 하는 식으로요. (웃음)
토닥에게 ‘돈’이란?
돈은 교환의 매개체이자 가치 저장 수단이에요. 화폐는 이자가 붙기 때문에 돈이 있는 사람들은 돈을 은행에 쌓아두게 되고, 결국 시장에서 돈은 잘 돌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즉, 돈이 교환 매개체로서의 기능을 하기 어려워지는 거죠.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로 끊임없이 흘러다녀야하는데 많이 가진 사람에게 점점 더 쌓이게 되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기존의 이자라는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해 정해진 이자를 받지 않고, 돈이 필요한 곳으로 흐르도록 하고자 합니다.
조합원 가입과 대출, 상환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저희는 어느 누구라도 대출상담을 받으러 오시면 무조건 환영해요.(웃음). 토닥은 만 15세에서 만 39세까지 일반 조합원으로 가입이 가능하고, 40세 이상은 후원회원으로 가입이 가능해요.
조합원은 매달마다 1천원 이상의 조합비를 내야합니다. 출자금은 매달마다 5천원 이상을 내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일시정지하실 수 있습니다. 매달 내는 이 출자금은 예금이나 적금 개념으로 생각하시면 돼요. 물론 조합원만 대출 자격을 갖게 되고, 조합 안에서 활동할 때마다 얻을 수 있는 활동점수가 쌓이면서 대출 가능 금액도 커져요.
저희는 자율이자체제로 자기가 원하는 만큼 이자를 내고 상환기간은 12개월이에요. 그러나 자기가 원하는 시점에 상환을 일시정지 할 수도 있고, 그 기간이 넘는다고 강제추심, 이자율 조정 같은 일은 이뤄지진 않아요. 이자를 안 내는 분이 대략 20% 정도 되지만 반면에 많은 이자를 내시는 분도 있어요.
당장 돈만 빌리기 위해서 조합에 가입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하시나요?
토닥이 가진 가치보다는 대출 받기 위해 가입하시려는 분도 분명 있지만, 저희의 과제는 그런 분에게도 저희의 가치관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연대감의 형성이에요. 처음 가입한 조합원은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토닥학개론'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요. 이 기초교육이 대출의 기본 조건인데, 교육 프로그램의 절반은 저희 가치와 운영방식 소개이고 절반은 서로가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요.
저희는 대출시 조합원의 상환능력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아요. 대신 조합원 스스로에게 재무상황과 수입, 지출을 따지게 하고, 자신이 얼마나 벌고 있는지, 얼마나 쓰는지 정확히 정리하도록 하고 있어요. 이는 조합원의 재무관리 능력을 향상시키자는 토닥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에요. 원래는 토닥 내부에서 운영했던 ‘청년지갑트레이닝’이라는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재무 와 관련해 생활밀착형 실전 지식을 알려주는 '돈 관리 1일 트레이닝 코스' 강의와 '꿈꾸는 재무관리 워크숍’등으로 이뤄졌었는데, 이 프로젝트는 최근 독립된 사회적 기업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토닥에서 대출이 어려운 경우, 후속조치가 있다면?
이미 사채를 수천만 원 가까이 받으신 경우를 고민해봤어요. 이분들께 백만 원을 빌려드린다고 해도 한 달 이자비용도 안되고, 결국 그분들의 빚만 늘어나게 돼요. 조합원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토닥의 목적과는 달리, 삶의 질을 더 악화시키게 돼요. 그래서 그런 경우에는 저희와 양해각서(MOU)를 맺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금융복지상담센터로 안내해드려요. 이곳은 파산, 회생에 관한 전문적인 상담을 무료로 받을 수 있어요.
토닥을 하면서 뿌듯했던 순간은?
조합원들이 온라인 카페에 대출 후기를 올리는데 글을 쭉 읽다 보면 뿌듯해요. 그 중에 한 분은 직업이 사회복지사인데, 월급을 절반만 받는 기간이 있다고 해요. 그 때 생활비가 급하게 필요해서 토닥에서 대출을 받고 후기를 올리셨어요. 예전에 학자금 대출받으러 시중 은행에 갔을 때는 마치 취조 당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토닥에서는 대출을 받아도 인생에 대한 후회감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환영을 해주시니 좋았다고 하세요.(웃음) 지금 그분이 바로 열정적으로 활동하시는 토닥의 교육이사님이세요.(웃음)
최근엔 예외적인 대출을 받은 분이 있었어요. 가족의 불화로 가출을 해서 PC방을 전전하는 20대초반의 청년이었는데, 체불된 휴대전화 요금으로 휴대전화가 정지돼,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이었어요. 직장을 구하고 싶지만 휴대전화가 없으니 직장으로부터 면접일정이나 채용에 대한 연락을 받을 수 없었던 상황이었던거죠. 그래서 토닥을 찾아와 대출상담을 하셨어요.
저희는 가입한 지 얼마 안 됐을 땐, 최소 30만 원부터 대출이 가능한데 이 분은 급하게 더 많은 돈이 필요했어요. 토닥의 대출심사위원회에서 며칠 동안 토론을 했고 결국 예외사항을 둬서 대출을 해드렸는데 결국 잘 해결됐어요. 지금은 직장 다니시면서 갚고 계세요. 그 분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지고 계신데, 최근엔 다른 조합원분들에게 바리스타에 관련해 재능을 나눔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앞으로 토닥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토닥이 외연적 성장보다는 조합원들 스스로 토닥의 일을 자신의 일이라고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끔 ‘돈이 없어서 어떤 일을 못한다’, ‘돈이 있으면 직원을 더 뽑을 수 있을 텐데..’ 이렇게 말하기도 하지만, 사실 협동조합에선 모든 조합원이 주인이거든요. 각자가 본업을 갖고 있어도 여가 때 조금만 활동에 더 참여한다면 꼭 돈이 아니더라도 자체적으로 얼마든지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기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청춘희년운동본부'라는 이름으로 다른 단체들과 연대하여 청년들의 학자금대출 탕감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1차 지원을 끝냈고, 이제 기부를 받아 2차로 지원하는 사업을 기획하고 있어요.
내부적으로는 전부터 논의해왔던 대안화폐(조합원들끼리 서로 거래할 수 있는 돈)사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걸 위해 조합원들의 가게와 재능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를 제작하려고 해요.
앞으로의 비전과 목표는?
가까운 곳에 아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공동체의 기본 요소인 근접성을 활용해서 친밀한 지역별 모임을 만들고 싶어요. 친밀한 관계가 있는 공동체를 만드려면 규모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토닥 자체가 반드시 거대한 조직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처럼 일종의 관계금융으로서 관계를 바탕으로 서로 공제하는 조합을 만들고 싶은 지역공동체가 있다면 저희의 경험을 나누면서 돕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
저희 조합원 중에 변호사도 있고, 기타선생님도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요. 오늘은 무료 법률 조언이 필요하신 분이 있어서 그 분에게 변호사조합원을 소개해 드렸어요. 그리고 기타 줄이 끊어져서 기타 레슨선생님이 기타를 고쳐주시기도 했고요.(웃음) 혼자는 못하는 것도 여럿이 모이면 가능해져요. 인간은 혼자만으로는 살 수 없는 존재잖아요. '우리 함께 살자’고, 삶을 나누는 공동체를 만들자고 말하고 싶네요!
인터뷰를 마치고...
토닥의 모습을 보면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든든함이 느껴졌습니다. 이런 청년들이 훗날 기성세대가 될 때 우리 사회는 조금 더 인간의 얼굴을 한 공동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 취재 글_위시루프컴퍼니 웹에디터 조은혜
│ 사진_ 위시루프컴퍼니 하고운
[출처] 꿈꾸는 청년들을 위한 은행_청년연대은행 토닥 |작성자 위시루프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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