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현장을 그림책으로 알리고 싶다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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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자 남혜성 날짜작성일 18-11-15본문
[오마이뉴스 이준수 기자]
돌봄종사자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연일 뉴스에 나오는 돌봄종사자 관련 소식들이 귀에 꽂힌다. 내가 병원에서 일하면서 항상 마주하는 간병사님들도 항상 힘들다고 고초를 호소하신다. 돌봐야하는 대상자를 생각하면 배려하는 마음을 덕목으로 삼아야겠지만 대부분의 돌봄 노동자들은 과도한 노동과 최저임금 수준(혹은 그 이하)의 급여 때문에 나날이 힘들다.
얼마 전 전국요양서비스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노동자의 자긍심도 가질 수 없는 현실을 알리기 위해 천막농성과 삭발투쟁으로 결의를 알렸다. 재가방문요양의 경우 하루에 고작 3시간, 많아야 6시간 일하기 때문에 생계를 유지할 만큼의 생활비는 막연함 그 자체다. 그런데다 요양서비스의 대부분이 민간에 맡겨져 본연의 공공의 역할보다 돈벌이에 치중한다.
그들은 시설과 재가요양 등의 근무지와 상관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려운 일상을 이겨내며 묵묵하게 하루를 살아간다. 그런 그들을 그림책 전시회장에서 만났다.
나는 돌봄종사자입니다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갤러리사각형'에선 의미 있는 그림책 전시회가 열렸다. 돌봄노동자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아 전시회를 연 것이다. 이 행사는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주관하고 사단법인 그림책미술관시민모임이 후원했다.
전시회에 참여한 돌봄종사자 작가들은 전국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과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센터에 소속된 14명의 요양보호사들이며, 이들은 전시회를 준비하기 위해 한여름 무더위와 싸우며 주말마다 그림책 만들기에 혼신을 다했다고 한다.
필자가 전시장을 찾은 날은 6명의 돌봄종사자가 그림책을 낭독하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돌봄 대상자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글과 그림에 담아 이야기했다. 어떤 작가는 편찮으신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느낀 감정을 이야기 하던 중, 눈시울이 붉어져 결국 눈물을 흘리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어르신(돌봄 대상자)와의 추억을 표현한 발표도 눈에 띄었다. 어르신이 6.25 전쟁을 떠올리며 판잣집 얘기를 해주셨는데, 미군들이 무기포장재로 쓰고 버린 것들을 모아 화장실과 집을 지었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고. 판잣집이 왜 그렇게 이름 붙여졌는지 몰랐는데 어르신 덕분에 알게 됐다고 했다.
또 다른 돌봄 종사자는 발표에서 "돌봄 대상자가 알콜중독으로 인한 폭력성 때문에 처음에 많이들 힘들어했는데, 시간을 갖고 대상자의 흥미가 무엇인지 알고 난 후에 조금씩 다가가니 점점 마음을 열더라" 면서 "결국 대상자에 맞는 맞춤형 돌봄" 이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작품활동을 하면서
발표회를 마치고 여러 질문이 쏟아졌다. 갑자기 '그림' 이라고 해서 두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한 돌좀 종사자는 "처음엔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는데 주위 동료들과 전문가들이 도와주고 다독여줘서 끝까지 가능했다" 고 웃으며 답했다.
치매 어르신의 집에 찾아갈 때 인지재활에 도움 되는 여러 책들을 갖고 가서 같이 읽으면 많이들 좋아하셨다는 얘기, 또 여러 소품들을 직접 만들어서 돌봄 대상자들이 일상에서 재활이 되도록 돕는 뿌듯함, 이번 그림책 작업을 계기로 어르신들과의 추억을 글로 적어두는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웃음이 묻어났다.
우리도 힘들다, 그렇지만 희망한다
돌봄종사자로서 힘든 경험도 언급했다. 보호자들이 불신의 눈으로 바라볼 때 가장 힘들었다는 한 돌봄종사자는 자녀들이 "내가 없을 때도 요양보호사가 잘할까?" 라고 말하는 것 같아 편치 않았다고 한다. 돌봄 대상자들의 성격도 다 제각각이라 욕하고 때리려고 하는 어르신을 만나면 일단 두려운 마음부터 든다는 얘기도 전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최저 임금을 받고 초단시간 노동하는 현실을 꼬집으며, 낮은 인식 낮은 처우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소명의식으로 지탱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돌봄 현장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아 사회적으로 알리고 싶었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들은 보호자와의 신뢰 관계는 물론 현재의 열악한 환경과 처우도 개선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홀로 돌보고 홀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에서 묵묵히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이 땅의 모든 돌봄종사자들을 응원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돌봄종사자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연일 뉴스에 나오는 돌봄종사자 관련 소식들이 귀에 꽂힌다. 내가 병원에서 일하면서 항상 마주하는 간병사님들도 항상 힘들다고 고초를 호소하신다. 돌봐야하는 대상자를 생각하면 배려하는 마음을 덕목으로 삼아야겠지만 대부분의 돌봄 노동자들은 과도한 노동과 최저임금 수준(혹은 그 이하)의 급여 때문에 나날이 힘들다.
얼마 전 전국요양서비스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노동자의 자긍심도 가질 수 없는 현실을 알리기 위해 천막농성과 삭발투쟁으로 결의를 알렸다. 재가방문요양의 경우 하루에 고작 3시간, 많아야 6시간 일하기 때문에 생계를 유지할 만큼의 생활비는 막연함 그 자체다. 그런데다 요양서비스의 대부분이 민간에 맡겨져 본연의 공공의 역할보다 돈벌이에 치중한다.
그들은 시설과 재가요양 등의 근무지와 상관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려운 일상을 이겨내며 묵묵하게 하루를 살아간다. 그런 그들을 그림책 전시회장에서 만났다.
나는 돌봄종사자입니다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갤러리사각형'에선 의미 있는 그림책 전시회가 열렸다. 돌봄노동자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아 전시회를 연 것이다. 이 행사는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주관하고 사단법인 그림책미술관시민모임이 후원했다.
전시회에 참여한 돌봄종사자 작가들은 전국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과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센터에 소속된 14명의 요양보호사들이며, 이들은 전시회를 준비하기 위해 한여름 무더위와 싸우며 주말마다 그림책 만들기에 혼신을 다했다고 한다.
필자가 전시장을 찾은 날은 6명의 돌봄종사자가 그림책을 낭독하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돌봄 대상자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글과 그림에 담아 이야기했다. 어떤 작가는 편찮으신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느낀 감정을 이야기 하던 중, 눈시울이 붉어져 결국 눈물을 흘리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 그림책 낭독회 돌봄종사자가 자신의 그림책을 낭독하고 있다 |
ⓒ 이준수 |
어르신(돌봄 대상자)와의 추억을 표현한 발표도 눈에 띄었다. 어르신이 6.25 전쟁을 떠올리며 판잣집 얘기를 해주셨는데, 미군들이 무기포장재로 쓰고 버린 것들을 모아 화장실과 집을 지었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고. 판잣집이 왜 그렇게 이름 붙여졌는지 몰랐는데 어르신 덕분에 알게 됐다고 했다.
또 다른 돌봄 종사자는 발표에서 "돌봄 대상자가 알콜중독으로 인한 폭력성 때문에 처음에 많이들 힘들어했는데, 시간을 갖고 대상자의 흥미가 무엇인지 알고 난 후에 조금씩 다가가니 점점 마음을 열더라" 면서 "결국 대상자에 맞는 맞춤형 돌봄" 이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작품활동을 하면서
발표회를 마치고 여러 질문이 쏟아졌다. 갑자기 '그림' 이라고 해서 두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한 돌좀 종사자는 "처음엔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는데 주위 동료들과 전문가들이 도와주고 다독여줘서 끝까지 가능했다" 고 웃으며 답했다.
▲ 돌봄종사자 소품들 돌봄종사자로 일하며 만든 소품들과 기록들 |
ⓒ 이준수 |
치매 어르신의 집에 찾아갈 때 인지재활에 도움 되는 여러 책들을 갖고 가서 같이 읽으면 많이들 좋아하셨다는 얘기, 또 여러 소품들을 직접 만들어서 돌봄 대상자들이 일상에서 재활이 되도록 돕는 뿌듯함, 이번 그림책 작업을 계기로 어르신들과의 추억을 글로 적어두는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웃음이 묻어났다.
우리도 힘들다, 그렇지만 희망한다
돌봄종사자로서 힘든 경험도 언급했다. 보호자들이 불신의 눈으로 바라볼 때 가장 힘들었다는 한 돌봄종사자는 자녀들이 "내가 없을 때도 요양보호사가 잘할까?" 라고 말하는 것 같아 편치 않았다고 한다. 돌봄 대상자들의 성격도 다 제각각이라 욕하고 때리려고 하는 어르신을 만나면 일단 두려운 마음부터 든다는 얘기도 전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최저 임금을 받고 초단시간 노동하는 현실을 꼬집으며, 낮은 인식 낮은 처우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소명의식으로 지탱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돌봄 현장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아 사회적으로 알리고 싶었다는 바람도 전했다.
▲ 돌봄종사자 그림책 전시 돌봄종사자가 직접 그린 그림책이 전시되었다 |
ⓒ 이준수 |
이들은 보호자와의 신뢰 관계는 물론 현재의 열악한 환경과 처우도 개선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홀로 돌보고 홀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에서 묵묵히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이 땅의 모든 돌봄종사자들을 응원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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